최근 ‘K팝 데몬 헌터스’와 ‘오징어 게임 시즌 3’ 등 한국을 테마로 한 콘텐츠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더욱 깊어진 넥플릭스는 현재 명실상부한 스트리밍 업계 선두 주자로 꼽힙니다. 넷플릭스가 시장 판도를 바꾸고 정상에 오른 비결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은 인수합병(M&A), 그중에서도 ‘스몰딜(Small Deal, 소규모 인수합병)’ 전략입니다. 스몰딜은 통상 거래액 500억 원 이하의 소규모 M&A로, 재무적 리스크는 낮고 필요한 자원을 적시에 골라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은 연결’ ‘큰 저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전략입니다.
넷플릭스는 2011년 당시 무명이던 독립 제작사 MRC(Media Rights Capital)와 손잡고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했습니다. 대기업이 아닌 작은 독립 제작사와 리스크를 나누며 협업한 이 사례는 인수나 통제 없이 콘텐츠 역량만을 전략적으로 흡수한 대표적인 스몰딜로 평가받습니다.
애플도 비슷한 전략을 써왔습니다. 2021년 팀 쿡 애플 CEO가 “과거 6년간 약 100개 기업을 인수했다”고 밝혔을 때 많은 이가 놀랐습니다. 외부 자원 인수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과 달리 애플은 조용히 소규모 기업을 지속적으로 흡수하며 기술과 인재를 확보해왔던 것입니다. 팀 쿡은 “인수를 추진할 때 우리 제품을 보완하고 발전시킬 혁신적인 소형 기업들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습니다. 구글 역시 2001년부터 2023년까지 280개 넘는 기업을 인수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스몰딜이었습니다.
국내 M&A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100억 원 이하의 거래가 전체 M&A의 절반을 넘어서 ‘스몰딜의 시대’가 본격화됐습니다. 주력 산업 성장세가 둔화하고 대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역시 공격적 빅딜보다 방어적 스몰딜을 택하는 기업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스몰딜의 또 다른 주요 목적은 인재 확보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우리는 사람을 인수한다”며 스타트업 인수를 통한 인재 확보 전략인 ‘애퀴하이어(acqui-hire)’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스몰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야놀자는 자산 관리 시스템(PMS), 유통 플랫폼, AI 기반 최적화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사업 기반을 탄탄히 다졌습니다.
스몰딜은 이제 창업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령화로 후계자를 찾지 못한 건실한 장수 기업을 젊은 경영자가 인수해 재도약을 이끄는 ‘서치펀드(Search Fund)’ 모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창업보다 실패 확률은 낮고 기업의 역량과 노하우를 보존하면서 세대교체와 지역 균형 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어 정부가 제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고령화로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모델입니다.
물론 스몰딜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M&A의 70%는 실패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M&A 전문가 스콧 쿠퍼는 “스몰딜의 성공 비결은 Big Think, Small Act”라며 큰 전략을 그리되 실행은 작고 정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인수 목적을 명확히 하고, 통합 리더를 세우고, 전담 팀을 꾸리는 등 정밀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이미 많은 국내 대기업이 시도했다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이러한 사전 설계가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스몰딜은 단순히 ‘작은 거래’가 아닙니다. 거대한 전환기를 돌파하는 실용적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민첩하고 유연하게 내부와 외부의 역량을 연결하는 ‘작은 연결’이야말로 현재의 경영 환경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선택지가 될지 모릅니다. 이번 호 DBR 스페셜 리포트가 소개하는 다양한 통찰이 지혜로운 ‘작은 연결’의 시작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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