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 빠르게 변하고 변덕스러운 한국 F&B 시장에서 구슬아이스크림 제조사 동학식품은 1997년 창업해 지금까지도 지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2009년 창업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지만 가정주부였던 아내가 매출 60억 원이던 회사를 이어받아 매출 300억 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키웠다. 동학식품의 성장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처우가 열악한 식품업계에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국내에 희소한 식품공학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상을 강화하면서 엄마처럼 세심하게 사람에 투자했다.
2. 매출 대비 거액을 생산시설에 투자하면서 중소기업으로는 최상 수준의 위생 유지 및 품질 관리로 롯데, 이마트 등 대기업 제조 및 유통사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만족했다.
3. 외국에서 배운 제조법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R&D를 통해 잘 녹지 않는 일반 냉동 기술을 개발해 놀이시설을 넘어 편의점, 학교 등 일상적인 유통망에 침투했다.
4. 아시아 독점 판매권을 취득한 뒤 아이스크림 수출을 본격화하고 독자 개발한 기술을 이전하거나 로컬 파트너와 협력해 현지화하면서 국내를 넘어 14개국 신규 시장을 뚫었다.
“저는 오랫동안 주부였고, 이제 처음 사장이 된 터라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2009년 7월 동학식품의 대표였던 남편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 40대 초반이 되도록 아이 셋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았던 계난경 대표는 하루아침에 경영 일선에 내밀렸다. 그가 처음 직원들 앞에 섰을 때는 이미 회사가 사실상 멈춰 선 상태였다. 병상에 누운 남편의 빈자리가 길어지면서 방치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연간 60억 원 매출 규모에 직원 50여 명으로 나름 튼실한 중소기업이었지만 주요 의사결정이 중단됐고 대금 결제처럼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리더십 공백을 틈타 호시탐탐 이익을 가로채려 하는 사람, 회사 자금을 노리는 시도도 감지되는 등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남편이 갑자기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눈앞이 캄캄했지만 슬픔에 잠겨 있을 겨를도 없었다. 기댈 곳은 회사의 직원들뿐이었고 믿어달라고 진심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는 일단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흔들리는 조직을 뭉치게 하려면 확실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식품 업계의 특성상 급여가 낮은 편이었는데 전 직원 임금을 국내 100대 중소기업 평균에 맞게 20~30%가량 인상하고 1월 1일 자로 소급 적용해 일괄 지급했다. 가계 부양은 물론 당장 회사의 존속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근심을 잠깐이라도 덜어주고 회사를 수습하기 위한 파격적인 결단이었다.